다이어트의 역설 (살을 빼려 할수록 더 살찌는 몸이 되는 이유) [69]

1. 체중 감량이 목표인 다이어트는 처음부터 방향이 틀렸다. 진짜 목표는 근육을 만드는 것이다.
2. 운동 없는 식단 조절은 지방이 아니라 근육을 먼저 태우고, 그 결과 기초대사량을 낮춰 요요가 발생한다.
3. 몸의 변화는 호메오스타시스의 저항을 넘어 알로스타시스가 시작되는 임계점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




이 글에 담긴 모든 내용은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사유(思惟)의 결과임을 밝힙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이렇게 묻는다.

“얼마나 빠졌어?”

체중계 숫자에 집착한다. 1kg이 줄면 성공이고, 그대로이면 실패다. 그러나 이 질문 자체가 틀렸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이 빠졌는가”이다.

지방이 빠졌는가, 근육이 빠졌는가. 이 차이가 다이어트의 성패를 가르고,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며, 10년 후의 몸을 만든다.

체중계는 그 둘을 구별하지 못한다.




왜 우리는 체중이 아닌 근육에 집중해야 하는가

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이 빠지고 있다

운동 없이 식단만 줄이는 전형적인 다이어트를 하면, 감량분의 20~30%는 근육이다. 극단적으로 굶으면 그 비율은 50%까지 올라간다.

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칼로리가 부족해지면 몸은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가장 분해하기 쉬운 것부터 건드린다. 그것이 근육이다. 지방은 저장 효율이 높아 몸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으려 한다.

살은 빠졌는데 정작 빠진 것이 근육이라면, 그것은 성공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몸의 퇴행이다.

요요는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다시 먹기 시작하면 체중은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지방이다.

지방은 칼로리만 있으면 며칠 안에 쌓인다. 근육은 운동과 단백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 이 비대칭 때문에 다이어트-요요를 반복할수록 몸의 구성은 점점 나빠진다. 지방은 유지되거나 늘고, 근육은 사이클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요요는 의지력이 약한 사람에게 난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기초대사량을 높여놓지 않은 채 식단만 줄인 구조적 결함의 결과다.

근육이 많은 몸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몸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지방이 덜 쌓이는 구조를 갖는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기초대사량이 높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근육은 지방보다 안정 시 에너지를 4~7배 더 쓰는 조직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지방이 타는 구조다.

둘째, 근육은 글리코겐을 저장하는 그릇이다. 음식이 들어오면 혈당은 먼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하고 남는 것을 복부지방으로 저장한다. 즉, 근육이 많을 수록 지방으로 만들어 지는 양이 줄어 들게 된다.




몸이 지방을 축적하는 구조를 이해하라

어릴 때 살이 잘 안 찌는 이유

10대, 20대는 밥을 먹고 나면 금방 배가 고프다.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이것이 단순히 “신진대사가 빨라서”라고 넘기면 본질을 놓친다.

성장기의 몸은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과정에 있다. 세포분열이 활발하고, 뼈가 자라고, 근육과 장기가 만들어지고, 뇌가 배선을 재구성한다. 이 모든 과정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성장 자체가 고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성장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이 지방 산화를 촉진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활동량이 더해진다. 어릴 때 살이 안 찌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고강도 작업이 만들어낸 일시적 환경이다.

성장이 멈춘 뒤 — 잉여 에너지의 행방

문제는 성장이 끝나도 식습관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20대 이후 성장 엔진이 꺼지기 시작한다. 기초대사량은 10년마다 약 1~3%씩 감소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남는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 잉여 에너지는 먼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저장고가 가득 차면 복부 내장지방으로 전환된다.

이것이 30대부터 “예전과 똑같이 먹는데 살이 찐다”고 느끼는 이유다. 몸의 에너지 수요가 줄었는데, 공급은 그대로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지방을 축적하도록 최적화된다

오랫동안 잉여 에너지가 쌓이면 몸은 이 상태를 기본값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근감소증도 이 흐름 안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의도적으로 근육을 줄여간다. 근육은 유지비가 비싼 조직이다. 운동이나 충분한 단백질 같은 자극이 없으면, 몸은 이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근육을 분해한다. 30세 이후 매 10년마다 근육량의 3~5%가 자연 소실된다.

진화적으로 보면 이것은 합리적 설계였다. 수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노년은 먹이를 직접 구하지 못하는 시기였다. 에너지 소모가 큰 근육을 줄여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전략이 유리했다. 과거에는 수명이 길지 않았기에 이러한 전략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인은 80~90세 또는 그 이상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근육손실을 막지 못하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몸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구석기 생존 로직으로 작동하는데, 우리 주변은 열량이 넘치는 음식이 즐비한 전혀 다른 시대를 살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




알로스타시스 — 다이어트 정체기의 진짜 이름

뇌는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기관이다

다이어트 정체기를 의지력의 실패로 보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정체기는 뇌가 신체 에너지 예산을 재배치하는 알로스타시스(Allostasis)의 작동 결과다.

리사 펠드먼 배럿의 뇌과학 이론은 뇌의 제1임무가 사고나 감정이 아니라 신체 예산(Body Budget) 관리라고 말한다. 뇌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하고 있다.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얼마인가?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 앞으로 어떤 지출이 예상되는가?”

항상성(Homeostasis)이 “변화가 생긴 후 반응해서 기준점으로 복구”하는 것이라면, 알로스타시스는 “변화를 미리 예측해서 선제적으로 기준점 자체를 조정”하는 것이다. 칼로리 섭취가 줄면 뇌는 이것을 미래의 기근으로 예측하고,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갑상선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움직임을 줄이고 싶게 만든다. “왠지 오늘 움직이기 싫다”는 느낌조차 뇌가 에너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신호다.

고도비만 환자의 몸 — 잘못 설정된 예산안

고도비만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는 이것을 “정상적 신체 예산”으로 학습한다. 체중 설정값 자체가 높게 재설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살을 뺀다는 것은 뇌 입장에서 “정상 예산 상태가 공격받고 있다”는 위협 신호가 된다. 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래 예산 상태로 복구하려 한다. 렙틴 저항성과 인슐린 저항성은 그 방어 시스템의 일부다.

단식과 폭식을 반복하는 요요 사이클은 단순히 체중을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알로스타시스 부하(Allostatic Load)가 누적되면서 신체 예산 시스템 자체가 마모되고 손상된다. 다이어트를 반복할수록 점점 살이 빠지지 않는 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메오스타시스는 정체성이고, 알로스타시스는 임계점이다

변화가 어려운 이유의 본질

이 두 개념을 몸의 대사로만 보면 반쪽만 이해한 것이다.

호메오스타시스는 “지금의 나를 지키는 힘”이다. 현재 상태를 기준점으로 삼고, 그 기준점에서 벗어나면 즉시 원래대로 되돌리려 한다. 이것은 정체성의 언어로 정확히 번역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것이 나의 기본값이다. 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호메오스타시스(항상성)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변화에 저항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몸이 기초대사량을 낮추며 저항하는 것,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 할 때 자꾸 옛날 패턴으로 돌아가려는 것, 모두 호메오스타시스적 정체성 방어다.

알로스타시스가 발동되는 순간 — 새로운 자아의 탄생

알로스타시스는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힘”이다. 환경의 변화가 충분히 크고 지속적일 때, 뇌는 더 이상 원래 기준점으로 복구하지 않고 기준점 자체를 새로 설정한다.

호메오스타시스가 “변화에 저항하는 정체성의 관성”이라면, 알로스타시스는 “새로운 자아로 기준점이 이동하는 정체성의 임계점”이다.

단기적 자극은 모두 호메오스타시스가 “이상 신호”로 처리하고 원래 상태로 복구해버린다. 임계점을 넘지 못하면 뇌는 새로운 환경을 정상으로 학습하지 않는다. 3주 운동하다 그만두면 흔적도 없이 돌아오고, 2주 다이어트하면 오히려 더 지방을 쌓는 몸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변화가 충분히 강도 높고,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 뇌는 이것을 새로운 정상으로 받아들인다. 알로스타시스가 발동된다. 그 순간부터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 아침 운동이 힘든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불편한 것, 근육이 많은 몸이 기본값이 되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 모두 알로스타시스가 정체성을 재설정한 결과다.

퓨처 셀프(Future Self), x인자 개념도 이것과 정확히 연결된다. 미래의 자신을 미리 상상하고 그 정체성으로 행동하는 것은, 뇌에게 “이것이 새로운 기준점이다”라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주는 알로스타시스 훈련이다.




근감소증은 팔다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 삼키는 근육도 운동이 필요하다

밥을 먹다 자주 사레들리는 것은 노화가 아니라 질병의 신호다

근육 감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일어난다.

삼킴(연하) 기능에는 두경부의 약 25~31개 근육과 5개의 뇌신경이 0.5~1초 안에 정교하게 협응한다. 혀, 입술, 볼, 연구개, 인두, 후두 근육이 순서대로 작동하며, 이 중 하나라도 약해지면 음식이나 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aspiration)이 발생한다. 노인 사망 원인 상위를 차지하는 흡인성 폐렴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나이 들면서 밥을 먹다 자주 사레들리거나, 목이 자꾸 막히는 느낌이 드는 것을 “나이 탓”으로 넘기는 순간이 위험하다. 이것은 노인성 연하장애(Presbyphagia)라는 이름을 가진 질환이며, 두경부 근육의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말을 할 때 발음이 새거나 불명확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삼킴과 발음은 혀, 입술, 연구개, 인두 근육을 공유한다. 연하(삼킴)장애와 구음(발음)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활의학에서 두 문제를 같은 세션에서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경부 근육도 운동해야 한다

다행히 두경부 근육도 훈련으로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일상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1. 샤커(Shaker) 운동은 가장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하 근육 운동이다. 바닥에 누워 어깨는 바닥에 붙인 채 발가락이 보일 만큼 머리만 들어올려 1분간 유지하고, 3회 반복한다. 인두와 후두를 들어올리는 근육을 직접 강화한다.

2. 혀 저항 운동은 혀를 입천장에 힘껏 붙이고 5초 유지하는 것을 10회씩 반복한다. 혀 근력은 삼킴의 첫 단계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3. CTAR(저항성 턱 당기기) 운동은 턱 아래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이며 저항에 맞서 힘껏 누르는 동작이다. 목 앞쪽 근육을 강화해 삼킴 시 기도 보호 능력을 높인다.

그리고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큰 소리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발성은 구강과 인두 근육 전체를 자극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운동이다. “아, 에, 이, 오, 우”를 과장되게 크게 발음하는 것, 볼을 부풀렸다 터뜨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전신 근력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두경부 근육 합성에도 기여한다. 근감소증은 팔다리에만 오지 않는다. 삼키는 근육, 말하는 근육도 운동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 자체가 노년 생존 전략의 일부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운동이라는 의도적 개입만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노화는 방치의 결과다.

몸은 기본 설정대로 흘러가면 근육을 잃고, 지방을 쌓고, 대사를 낮추고,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른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방 가능한 질병의 발현이다.

미국은 근감소증에 ICD-10 공식 질병 코드를 부여했다. “늙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선언한 것이다. 방치하는 것은 질병을 선택하는 것이다.

올바른 다이어트의 방향 — 식단, 유산소, 근력 운동의 역할 분담

세 가지는 각자 다른 역할을 한다.

식단 조절은 칼로리 적자를 만드는 핵심 수단이다. 유지 칼로리에서 300~500kcal의 적자를 만드는 것이 안전한 범위다. 그 이상 줄이면 몸은 지방이 아닌 근육을 먼저 에너지원으로 쓴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 산화를 직접 가속한다. 지방이 분해될 때 약 84%는 날숨을 통해 배출된다.

근력 운동은 이 모든 것의 토대다. 근육을 유지하고 늘려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글리코겐 저장 용량을 키우고,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한다. 가장 효율적인 순서는 근력 운동으로 탄수화물을 먼저 소진한 뒤 유산소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 매일 5분, 큰 소리로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른다. 구강과 인두 근육을 자극한다.
  • 샤커 운동, 혀 저항 운동, CTAR 운동을 매일 루틴에 포함한다. 삼키는 근육도 훈련이 필요하다.
  • 주 3회 이상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을 한다.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 매 끼니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챙긴다. 체중 1kg당 1.2~1.6g이 근육 유지를 위한 최소 기준이다.
  • 체중이 아닌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본다.
  • 극단적 칼로리 제한을 멈춘다. 굶어서 빠지는 살은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다.



임계점을 넘어야 정체성이 바뀐다

몸은 기본 설정대로 흘러가면 스스로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호메오스타시스는 지금의 나를 지키려 하고, 그것이 비만이고 근감소증이고 성인병이어도 “익숙한 정체성”이라면 방어한다.

변화는 그 저항을 넘어설 때만 일어난다. 충분히 강하게, 충분히 오래. 뇌가 새로운 기준점을 정상으로 학습하는 알로스타시스의 임계점을 통과할 때, 비로소 새로운 몸과 새로운 자아가 기본값이 된다.

운동은 네겐트로피적 행위다. 엔트로피는 내버려두면 무질서를 향해 흐른다. 근육을 만들고, 대사를 유지하고, 삼키는 기능을 지키고, 기능을 보존하는 것은 그 흐름을 거스르는 의도적 질서의 구축이다.

지금 당신의 변화는 호메오스타시스의 저항 안에 머물고 있는가, 아니면 알로스타시스의 임계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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