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서 사람까지, 세포는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고 스스로를 고칠까 [74]

1. 식물의 광합성부터 사람의 간헐적 단식까지, 생명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고 내부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동일한 원리로 살아간다.
2. DNA는 설계도를 전달하고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들며, 자가포식은 낡은 세포 부품을 스스로 분해해 노화를 막는 핵심 청소 시스템이다.
3. 공복 시간과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정비 스위치를 켜서 뇌 건강을 지키고 몸을 새롭게 교체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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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담긴 모든 내용은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사유(思惟)의 결과임을 밝힙니다.




1. 식물은 어떻게 자기 먹이를 만들까 (광합성과 포도당 쉽게 이해하기)

식물을 보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것 같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그냥 그 자리에 있다.
뭔가를 먹으러 돌아다니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먹이를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식물은 사실 지구에서 가장 놀라운 일을 하는 존재다.
식물은 스스로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
태양빛과 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포도당이라는 에너지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한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
고기든, 쌀이든, 채소든 뭔가를 먹어야 에너지를 얻는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다른 생물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식물은 다르다.
식물은 먹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쪽이다.

광합성이 일어나는 장소는 식물 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라는 곳이다.
엽록체는 초록색을 띠는 작은 구조물인데, 여기에 엽록소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엽록소가 태양빛을 흡수하면, 그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도당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산소도 함께 만들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많은 사람은 우리가 숨 쉬는 산소가 대부분 숲과 나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다도 거대한 산소 생산 공장이다.
바다 표층에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류, 시아노박테리아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광합성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생물들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우리가 숨 쉬는 산소는 숲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육지의 식물과 바다의 광합성 생물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히 현재 지구 전체로 보면 바다가 산소 생산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포도당은 쉽게 말하면 식물이 만들어 낸 에너지 저장 창고다.
식물은 이 포도당을 이용해 자기 몸을 키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과 안에 들어 있는 달콤한 에너지도, 쌀 한 톨 안에 담긴 탄수화물도, 모두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포도당이 변형된 것이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그 쌀은 벼가 햇빛을 받아 만들어 낸 에너지를 저장해 놓은 것이다.
사과를 먹을 때도, 감자를 먹을 때도, 심지어 고기를 먹을 때도 따지고 보면 출발점은 식물의 광합성이다.
왜냐하면 소나 돼지도 풀을 먹어서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은 지구 생태계의 출발점이라고 불린다.
식물이 없으면 포도당이 없고, 포도당이 없으면 동물도, 사람도, 결국 살아갈 수 없다.
태양빛을 에너지로 바꾸는 이 놀라운 능력이 지구 생명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광합성을 화학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6CO₂ + 12H₂O + 빛에너지 → C₆H₁₂O₆(포도당) + 6H₂O + 6O₂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만 보면
이산화탄소와 물을 빛을 이용해 포도당과 산소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반응이 일어나는 한, 지구 위에 에너지는 계속 공급된다.

식물이 포도당을 다 쓰지 않으면, 남은 것은 녹말이나 지방 같은 형태로 저장된다.
감자의 녹말, 아보카도의 지방, 콩의 단백질도 결국 광합성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변환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든,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 출처는 식물과 태양이라고 할 수 있다.



2. 사람과 식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쓸까 (미토콘드리아와 ATP 쉽게 이해하기)

식물이 만든 포도당이 우리 입으로 들어오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포도당을 그냥 근육이 쓰고, 뇌가 쓰고, 심장이 쓰는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포도당은 세포 안에서 더 작은 에너지 단위로 변환된 다음에야 실제로 사용된다.
그 변환된 에너지 단위가 바로 ATP다.

ATP는 아데노신 삼인산이라는 분자의 이름인데, 이름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냥 세포의 충전 배터리라고 생각해도 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충전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듯, 세포는 ATP를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바로 꺼내 쓴다.
근육이 움직일 때도 ATP, 단백질을 만들 때도 ATP, 뇌가 신호를 보낼 때도 ATP, 세포가 스스로를 수리할 때도 ATP가 필요하다.

이 ATP를 만드는 핵심 장소가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작은 구조물인데, 흔히 세포의 발전소라고 불린다.
포도당을 받아서 산소와 반응시키고, 그 과정에서 ATP를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포도당 한 분자당 최대 약 30~34개의 ATP가 만들어진다.

많은 사람들은 미토콘드리아가 동물이나 사람에게만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식물도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
식물 세포 안에는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함께 있다.
엽록체에서 포도당을 만들고, 미토콘드리아에서 그 포도당을 ATP로 바꿔 쓰는 것이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 다르다.
하지만 그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방식, 즉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ATP를 만드는 방식은 사람과 거의 똑같다.
세포 수준에서 보면 식물과 사람은 에너지를 쓰는 원리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사람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식물이 만든 포도당을 음식으로 섭취한다.
그 포도당이 소화 과정을 거쳐 혈액으로 들어오면, 각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그것을 받아서 ATP를 만든다.
이 ATP로 우리는 숨을 쉬고,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이고,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은 사실 매우 흥미롭다.
과학자들은 약 15~20억 년 전, 어떤 원시 세포가 산소를 잘 이용하는 세균을 삼켰을 때 그 세균이 소화되지 않고 세포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본다.
세포는 세균에게 포도당을 공급해 주고, 세균은 세포에게 ATP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것을 내부공생이라고 하는데, 이 관계가 수억 년 동안 이어지면서 지금의 미토콘드리아가 되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는 지금도 자체적인 DNA를 가지고 있고, 스스로 분열해 수를 늘릴 수도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식물은 태양빛으로 포도당을 만들고, 그 포도당을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로 바꿔 쓴다.
사람은 식물이 만든 포도당을 먹고, 마찬가지로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로 바꿔 쓴다.
겉으로는 다른 것 같지만, 에너지를 만들고 쓰는 가장 핵심적인 방식은 똑같다.



3. DNA는 어떻게 몸을 만들까 (RNA와 단백질 합성 쉽게 이해하기)

에너지가 있다고 해서 저절로 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에너지는 연료일 뿐이고, 그 연료로 무엇을 만들지는 따로 결정해야 한다.
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DNA다.

DNA는 생명의 설계도라고 불린다.
세포 하나에 필요한 모든 정보, 즉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 세포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몸이 어떤 형태로 자랄지 같은 정보가 DNA 안에 담겨 있다.
하지만 DNA가 직접 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DNA는 정보를 보관하는 역할을 하고, 실제로 몸을 만드는 것은 단백질이다.

그러면 DNA에 담긴 정보는 어떻게 단백질로 바뀔까.
이 과정을 이해하려면 RNA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DNA는 세포의 핵 안에 있다.
그런데 단백질은 주로 세포질에 떠 있는 리보솜이나 거친면소포체에 붙어 있는 리보솜에서 만들어진다.
DNA는 핵 밖으로 직접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정보를 밖으로 전달해 줄 중간 전달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mRNA, 즉 전령 RNA다.

이 과정을 쉽게 비유하면 이렇다.
DNA는 도서관 안에 있는 원본 책이다.
그 책은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따로 복사해서 메모지에 적는다.
그 메모지가 mRNA다.
mRNA는 그 메모를 들고 핵 밖으로 나가 리보솜으로 이동한다.
리보솜은 그 메모를 읽고, 아미노산을 순서대로 연결해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참고로 미토콘드리아 안에도 자체 리보솜이 따로 있어서, 미토콘드리아에 필요한 일부 단백질은 그 안에서 직접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포 전체에 필요한 대부분의 단백질은 세포질이나 거친면소포체의 리보솜에서 만들어진다.

이 세 단계를 정리하면 이렇다.
DNA에서 m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사라고 한다.
mRNA의 정보를 읽고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번역이라고 한다.
DNA → mRNA → 단백질, 이 흐름을 생명의 중심 원리라고 부른다.

단백질은 단순히 고기나 근육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단백질은 세포가 실제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세포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단백질이고,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도 단백질이며, 몸속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호르몬도 단백질이고,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도 단백질이다.
즉 몸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의 실행자가 단백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식물도 사람도 이 원리는 동일하다.
식물 세포도 DNA가 있고, mRNA가 만들어지고, 리보솜에서 단백질이 합성된다.
식물의 잎이 초록색인 것도, 꽃의 색깔이 서로 다른 것도, 사과와 배의 맛이 다른 것도, 모두 DNA 정보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의 차이에서 나온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 민들레가 민들레인 이유, 고양이가 고양이인 이유는 DNA에 담긴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단백질을 만들지만, 그 정보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모습과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다.
DNA가 담고 있는 정보는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레시피만이 아니다.
언제 어떤 단백질을 얼마나 만들지, 어떤 조건에서 이 유전자를 켜고 끌지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DNA는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몸 전체를 운영하는 아주 정교한 운영 체계라고 볼 수 있다.



4. 세포는 왜 자기 것을 먹을까 (자가포식과 몸속 청소 시스템 쉽게 이해하기)

우리 몸은 한 번 만들어지고 나서 그냥 그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세포 안의 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변형된다.
미토콘드리아도 오래 쓰면 기능이 떨어진다.
세포 안의 부품들은 끊임없이 손상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몸에는 낡은 부품을 스스로 치우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자가포식이다.
자가포식은 영어로 오토파지라고 하는데, 그리스어로 자기 자신을 먹는다는 뜻이다.
이름만 들으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반대다.
자가포식은 오히려 세포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정비 과정이다.

자가포식이 하는 일은 이렇다.
세포 안에 쌓인 손상된 단백질,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소기관들을 골라낸다.
그것들을 막으로 둘러싸서 분리한 다음, 리소좀이라는 세포 내 분해 기관으로 가져간다.
리소좀이 그것들을 분해하면 아미노산이나 지질 같은 기본 원료가 나온다.
세포는 그 원료를 다시 이용해 새로운 단백질이나 소기관을 만든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다.

미토콘드리아도 오래되면 자동차 엔진이 낡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연료를 효율적으로 태우면서 잘 달리지만, 오래된 자동차는 엔진 상태가 나빠지면서 불완전 연소가 늘어나고 매연도 더 많이 나온다.
미토콘드리아도 마찬가지다.
젊고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오래되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잘 만들지 못하고 활성산소를 더 많이 만들어 낸다.

이 상태를 그냥 방치하면 문제가 커진다.
오래된 자동차가 매연을 뿜으며 도로와 공기를 더럽히듯, 낡은 미토콘드리아는 활성산소를 계속 내보내면서 세포 안의 단백질과 지방, DNA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즉 오래된 미토콘드리아는 단순히 성능이 떨어진 부품이 아니라, 주변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 고장 난 엔진에 가깝다.

그래서 세포는 이런 미토콘드리아를 그냥 두지 않는다.
마치 오래된 자동차를 폐차장으로 보내는 것처럼, 세포는 기능이 떨어진 미토콘드리아를 골라서 분해한다.
그리고 분해된 부품 가운데 아직 쓸 수 있는 부분은 다시 재활용하고, 다른 물질의 재료로 바꾸어 다시 사용한다.

즉 자가포식과 미토파지는 세포 안의 낡은 자동차를 폐차하고, 멀쩡한 부품은 다시 살리고, 나머지도 다른 재료로 돌려 쓰게 만드는 정비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는 불필요한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생산 효율을 다시 높이며, 전체 시스템을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식물도 자가포식 기능이 있다.
자가포식은 동물에게만 있는 특별한 기능이 아니라, 식물을 포함한 여러 진핵생물이 공통으로 가진 기본적인 세포 청소 시스템이다.

식물도 세포 안의 낡은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해서 다시 재활용한다.
특히 영양분이 부족할 때, 가뭄이나 염분 같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또는 잎이 늙어 갈 때 이 기능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쉽게 말하면 식물도 자기 몸 안의 오래된 부품을 분해해 다른 곳에 다시 쓰는 재활용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된 잎이 누렇게 변할 때, 식물은 그 잎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던 유용한 성분을 다시 회수해 줄기나 씨앗 같은 다른 부위로 보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가포식은 식물이 낡은 것을 정리하고 필요한 곳에 자원을 다시 배분하게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가포식이 가장 먼저 처리하는 것은 손상된 단백질과 독성 단백질이다.
단백질이 정상적이지 않거나 변형되면, 세포 안에 쌓여 문제를 일으킨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가 대표적인 예다.
자가포식이 이런 독성 단백질을 제때 치우지 못하면, 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다음으로 처리하는 것은 낡은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드는 핵심 소기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지고 오히려 세포에 해로운 물질을 내뿜기 시작한다.
세포는 이런 낡은 미토콘드리아를 골라서 따로 분해한다.
이것을 미토파지라고 부른다.
미토파지가 잘 이루어지면 세포는 항상 젊고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만 갖게 된다.

자가포식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청소 때문만이 아니다.
분해된 부품에서 나온 원료가 새로운 단백질과 소기관을 만드는 데 다시 사용된다.
즉 자가포식은 쓰레기를 버리는 동시에 원료를 재활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완전히 없어도 세포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재활용 덕분이다.

자가포식은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약해진다.
세포의 청소 능력이 떨어지면 손상된 단백질과 낡은 소기관이 쌓이기 시작하고, 세포 전체의 기능이 점점 저하된다.
이것이 노화의 세포 수준에서의 실제 모습이다.
자가포식이 잘 작동하는 세포는 오래되어도 기능이 유지되고, 자가포식이 약한 세포는 빠르게 노화한다.

이 자가포식 연구로 2016년 일본의 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만큼 자가포식은 생명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5. 왜 공복과 운동이 중요할까 (간헐적 단식, 자가포식, 뇌 건강 쉽게 이해하기)

많은 사람들이 간헐적 단식을 살을 빼는 방법으로만 생각한다.
물론 체중 관리에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간헐적 단식이 주목받는 더 깊은 이유는 세포 수준의 청소 시스템, 즉 자가포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인슐린이 높은 상태에서는 세포가 성장 모드로 작동한다.
단백질을 많이 만들고, 세포를 키우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집중한다.
이 상태에서는 자가포식이 억제된다.
왜냐하면 자가포식은 청소 모드이고, 성장 모드와 청소 모드는 동시에 최대로 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혈당이 내려가고 인슐린이 낮아진다.
그러면 세포 안에 있는 mTOR라는 단백질 복합체가 억제된다.
mTOR는 간단히 말해 지금 영양이 충분하다, 계속 성장해라라는 신호를 보내는 스위치다.
이 스위치가 꺼지면 세포는 성장을 멈추고 청소 모드, 즉 자가포식을 활성화한다.

중요한 점은 이때 글리코겐이나 지방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아도 자가포식이 켜진다는 것이다.
세포는 에너지가 바닥났기 때문에 자가포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음식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호를 감지하고, 그 틈을 이용해 내부 정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공장이 주문이 잠시 없을 때 기계를 점검하고 바닥을 청소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식사 이후 12시간이 지나면 자가포식이 서서히 켜지기 시작하고, 16시간 이상의 공복이 되면 자가포식이 눈에 띄게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식사의 종류와 양, 운동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래서 16:8 단식, 즉 16시간 공복과 8시간 식사 시간을 유지하는 방식이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다.

단식 중에 에너지는 어떻게 공급될까.
혈당이 떨어지면 간에서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을 공급한다.
글리코겐이 줄어들면 지방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면 세포 안의 낡은 부품들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나오고, 그 아미노산이 에너지 원료로도 쓰이고 새로운 단백질 합성에도 쓰인다.
즉 단식 중에도 세포는 자기 안에 있는 자원을 영리하게 쓰면서 기능을 유지한다.

운동도 자가포식과 연결된다.
운동을 하면 세포 안의 에너지 감지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자가포식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근력 운동이나 강도 있는 유산소 운동은 세포의 정비 시스템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은 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운동을 하면 BDNF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
BDNF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이름인데, 쉽게 말하면 뇌세포를 돕는 비료 같은 역할을 한다.
BDNF가 충분하면 뇌세포가 더 잘 자라고 서로 연결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유지된다.
연구에 따르면 6분간의 강도 있는 유산소 운동이 90분의 가벼운 운동보다 BDNF를 훨씬 더 많이 올린다는 결과도 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뇌 관련 질환이 간헐적 단식과 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는 뇌세포 안에 독성 단백질이 제때 제거되지 않아 쌓이면서 생기는 면이 있고, 파킨슨병은 뇌세포 안에 낡은 미토콘드리아가 쌓여 에너지 부족과 세포 손상이 일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자가포식이 활발하면 이 독성 단백질과 낡은 미토콘드리아를 더 잘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이미 발병한 경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이것은 예방의 영역에서 더 의미가 있다.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생명은 밖에서 에너지를 얻고, 안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낡은 것을 치우고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엔트로피를 낮추며 계속 살아가는 시스템이다. 식물도 사람도, 작은 세포 하나도, 그 원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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